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PPE를 주요 필수 과목으로 선정해 중요시한다. 여기서 PPE란 바로 철학(Philosophy), 정치학(Political Science), 경제학(Economics)의 앞머리 글자를 딴 것. 이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학과 경제학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주요 학문이다. 철학, 정치학, 경제학의 융합 학문을 습득하고, 동료들을 이끌고 주체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본교가 나선다. 본교는 실용 인재, 국제적 지도자를 양성하는 전진기지를 타교보다 한 발 앞서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 기지가 바로 정책과학대학이다. 정책과학대학의 조태제(법대·법학) 교수는 "이 PPE에 법학(Law)의 L을 붙여 PPEL을 완성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일 것이다"라며 향후 정책과학대학의 방향을 알렸다.
실용 학풍에 걸맞는 실용 인재 양성소 정책과학대학
본교는 2009학년도부터 정책과학대학을 신설한다. 정책과학대학은 사회와 공직에 진출한 이후 국민 편의를 위해 제도를 연구하고 수정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학문에 대한 융·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지식을 가짐과 동시에 정책적 생각도 겸비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초대 정책과학대학 학장을 맡은 조 교수는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을 기본으로 여러 학문과 융합된 종합 지식을 갖춘 뒤, 주어진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향후 정책과학대학의 기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도덕적 의무감을 다하는 실용 지도자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책과학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공직 사회와 전문직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조 교수는 “고시에 대한 중점적 지원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로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이나 행정고시 합격을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떼며 “정책과학대학은 학문 독식의 우려가 있는 일반적인 전공 선택과는 달리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활발히 활용할 것이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심층적인 학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심층적이고 전반적인 학습을 수료할 이들이 어떤 위치에서든 창의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정책과학대학의 기본 철학이다.
현재 정책과학대학은 12명의 기획위원을 두고 교과목과 교육과정을 다듬고 있다. 교육위원에는 인문대와 사회대, 경영대, 경제금융대, 법대 교수들이 참여한다. 이는 융합·실용 학문과 실질적인 강건함을 학습의 주요 기둥으로 삼는 본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12명의 위원들은 교재와 교육과정 개발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이르면 9월 중으로 이들이 만든 교재나 학습 과정에 대한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방과 후 특강, 특별학습지도 통해 정책 학사에 어울리는 인재 양성
정책과학대학은 법대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설로 폐지됨에 따라 생긴 잉여정원 175명 중 100명의 정원으로 출범한다. 조 교수는 “창의력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하려고 계획한 만큼 우수한 학생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책과학대학의 교육과정은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행정고시 등에 필요한 과목이 중심이 되는 동시에 학생들이 원하는 부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에게는 본교가 인증하는 정책학사가 부여된다.
주요 교과목은 문학, 철학, 사학 등의 인문학과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등의 사회과학이 횡단적으로 결합될 전망이다. 여기에 법학 기초과목에 대한 강의도 병행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설계된 학습 과정의 큰 줄기다. 수업 방법으로는 묶음식 강의나 토론식 수업, 영어 전용 강의가 전체 수업 중 각각 20% 이상 차지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학생과 교수의 비율을 25대 1로 유지하며 전체 교수진의 20% 이상을 외국인 교수로 초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방학 중에는 정책과학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해외어학연수가 실시되며, 이 기간 중에는 해외 유명대학 교수의 특강이 병행될 계획이다.
구체적인 수업 지원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핵심 지원 계획 중 하나가 바로 방과 후 특강. 이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행정고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로를 둔 학생을 대상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소규모 특강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각종 고시반에서 진행하는 고시과목 특강도 수강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도교수 및 전문지식을 갖춘 개별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특별학습지도안이나 재학생을 졸업동문이나 타 단대 선배들과 맺어주는 일대일 후원자(멘토) 방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전문 지도자 양성을 위한 학교 측의 의지가 돋보이는 정책과학대학
새롭게 출범할 정책과학대학 신입생에 대한 학교 측의 지원도 풍부하다. 내년 정책과학대학 합격자 가운데 수능 성적이 언어, 외국어, 수리 나형 등급 합이 4이내거나 언어, 외국어 등급이 모두 1등급인 이들에겐 입학금 및 등록금을 4년간 반액 면제, 전 영역 모두 1등급인 이들에겐 전액 면제의 특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포함해 브레인 한양에 해당하는 다양한 장학 제도가 신입생들을 위해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입사나 어학연수에 관해서도 다양한 혜택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선배들 도움 없이 새롭게 시작하는 내년 정책과학대학 신입생을 배려한 결과다.
이렇듯 파격적인 지원과 정책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책과학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신설에 따라 법대가 폐지된 최근 대학가에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롤프 엔센(Rolf Jensen)은 자신의 저작 ‘드림 소사이어티’를 통해 개개인의 생각과 감성이 존중받는 미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 사회에서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전문직은 아직도 그 전망이 밝다. 이러한 전문직 중에서도 개인의 감성 및 국민의 평안을 동시에 추진할 창의적 정책 지도자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새로운 철학과 방안을 들고 출범할 정책과학대학이 이런 사회적 변화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전문직 지도자들을 양성하길 기대해본다. 이는 본교 위상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국가 발전의 숨은 원동력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